언론보도

하나복 소개 | 사역 일정 | 섬기는 사람들 | 뉴스레터 | 언론보도 | 주간기도제목 | 앨범 | 하나복 뉴스 | 나들목영성센터

[목회와 신학 기고글] 2004년 목회, 어떻게 기획해야 하나 – 김형국 목사

작성자
하나복
작성일
2017-04-28 16:57
조회
2123

2004년 목회, 어떻게 기획해야 하나: 중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목회에 있어 기획 (또는 계획)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가에 대해서, 목회자들에게는 대개 두 가지의 극단적인 태도가 있다. 한 극단은 목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하는 것이므로 기획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것이고, 또 다른 극단은 현대에 통용되고 있는 온갖 마케팅적인 기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목회자들마다 입장을 다르게 가지고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획이 필요 없이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를 한다는 사람도 그 은혜로 목회하기로 기획(!)한 것이고, 현대의 마케팅적인 기법을 사용하겠다는 사람도 하나님의 은혜 없는 기획은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기획과 은혜는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성경 전체에 하나님은 일을 계획하시고, 그 일을 성취하시는 분으로 그려져 있다. 예레미야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주는 모략에 크시며 행사에 능하시다” (32:19)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NIV 성경은 “great are your purposes and mighty are your deeds”라고 번역하고 있다. 즉 하나님은 위대한 목적을 가지시고 그것을 능력으로 수행해 나가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목적을 세우시고 그것을 수행하신다. 즉 기획하시고 기획하신 것을 성취하시는 분이시다. 이것은 단지 이스라엘의 역사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난 구속의 역사 속에서도 드러났던 하나님의 변치 않는 성품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 자신의 사역을 기획하고 수행해나가야 한다.

특별히, 교회의 사이즈가 그렇게 크지 않는 중소형 교회의 경우는 이러한 기획과 수행을 해나가는 일에 있어 대형교회 보다는 장점을 가진다. 대형교회가 이미 인적으로 조직적으로 정착이 되어 있고, 나름의 거스르기 힘든 조직의 논리가 형성되어 있다면, 중소형 교회는 이러한 구속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주의에 빠져 있어, 조금도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없는 중소형 교회라면, 이러한 장점조차 누리지 못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중소형 교회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일으키기가 용이하다. 목회자 자신이 목회 기획에 대한 철학과 방법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매년 꾸준히 작업해 나간다면, 은혜로 기획하고 기획이 은혜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손쉬운, 그러나 결과가 뻔히 예측되는 목회 기획

그러나 불행한 것은 중소형 교회들이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보다는 별의미가 없는, 매우 손쉽고, 그러나 결과는 뻔하게 예측되는 방식으로 목회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회 기획에는 세 가지 정도의 대표적인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캘린더 형”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유형은 작년의 목회 스케쥴을 보면서, 매년 하는 일을 먼저 잡아 놓고, 나머지 특별 행사를 무엇을 할까 구성하는 방법이다. 물론 교회는 매년 반복되는 일을 해야한다. 그러나 그 일들이 현재 교회의 상태를 볼 때 정말 필요한 일인지 분석하지 않고 작년의 목회 일정을 약간 수정하는 방법은, 기획은 기획이되 매우 안이할 뿐 아니라, 사실 새로운 변화와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기획일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이러한 기획은 일 년의 목회 뿐 아니라, 각 행사를 위한 기획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수련회를 간다면, 먼저 식사시간(!)을 정하고, 그리고 저녁 은혜의 시간을 정하고, 오전 특강 시간 정하고, 그리고 나서는 낮에는 작년에는 전교인 운동회를 했으니, 이번에는 무엇을 할까 하는 식이다. 매년 달라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했던 일을 답습하는 기획을 한다면, 내년도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을 기획하는 것이고, 별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표어 만들기 형”이다. 즉, 목회자들이 2004년의 중심 구절이나 표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기획한 내용을 중요 성경 구절이나 표어로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요긴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서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기획을 단순하게 기억하고, 그 목표를 향해 진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삼년 전과 작년의 표어와 올해, 그리고 내년의 표어에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교회가 주보에 그 해의 성경구절과 표어를 인쇄하니까, 목회자도 성도들도 별 생각없이 그러한 표어를 만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 해가 지나가도 그해의 표어를 통해 교회가 개인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전혀 감지가 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획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그저 연말 연시에 갖는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새 프로그램 형”이다. 이 유형은 위의 두 유형과 좀 다르다. 위의 두 유형은 현상 유지 (status quo)의 성향이 강하다면, “새 프로그램 형”은 뭔가 적극적으로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주변에서 보거나 듣고 있는 성공적인 목회 모델이나 프로그램을 자신의 목회 현장에 접목시키는 계획을 하는 것이다. 이 역시 매우 바람직한 목회 기획이지만, 성장주의의 열병을 알고 있는 한국의 적지 않은 목회자는 왜 그러한 모델과 프로그램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된다니까 해본다’식일 경우가 있다. 많은 세미나들이 열리고 수많은 목회자들이 이러한 세미나를 통해서 무엇인가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들이 이러한 세미나에 의해 설득되어 부푼 마음을 가지고 시도하였다가 적지 않게 실패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신도들 가운데, 새해마다 실험(!)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하여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세상의 모든 교회는 보편적인 속성을 가진 동시에, 철저하게 상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과 그 위에 세워진 교회가 있을 수 있지만, 동일한 상황과 그 위에 세워진 교회가 있을 수 없다. 교인들의 인구학적 속성이 동일하기 쉽지 않은 뿐 아니라, 목회자들 자신의 특성이 동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교회에서 다른 목회자에 의하여 성공한 모델과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자신의 것으로 변화시키고, 자신의 목회 현장에 상황화시키기 전에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성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목회 기획의 든든한 기초가 되는 교회론

그렇다면, 건강한 목회 기획을 위해서, 우리 목회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기초와 기둥은 무엇일까? 든든한 건물을 세우려면 제대로 놓인 기초와 든든한 기둥이 필요하듯이, 목회 기획에도 이러한 기초와 기둥이 있어야 한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것은 ‘교회론’일 것이다. 목회자가 교회를 세우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떠한 교회를 세우려 하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면, 설계도 없이 집을 지으려는 어처구니없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한 두 달 살 누옥을 지을 사람이라면 설계도가 중요하지 않겠지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다음 세대에 까지 이어져 세속사회 속에 영향을 끼칠 교회를 세우려면, 정교한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각 목회자들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은 무엇이며, 이러한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교회론을 주변의 ‘성공하고 있는’ 교회를 통하여 형성한다. 이와 관련되어 적지 않은 출판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목회자들에게 이러한 사례들이 중요한 목회 자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러한 경우들이 좋은 사례(cases)는 될 수 있지만, 따라야 할 모델(model)이 될 수 있을런 지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히려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교회가 무엇인지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성경, 그 중에서도 신약성경, 그리고 교회 세우기의 대가였던 바울의 서신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회에 대하여 상당히 자세한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교회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먼저 선명하게 그리는 것이 목회 기획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류에 따라 유행하는 서로 상충하는 방법론들을 무질서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의 목적 상, 교회론 자체를 다룰 수는 없지만, 건강한 교회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여야 할 것 같다. 학자와 목회자들에 따라, 약간씩 그 중요한 요소에 대한 구분이 다르지만, 최근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는 다섯 가지로 이를 요약한다: 예배, 사역, 전도, 교제, 제자훈련. 그는 이 다섯 가지의 목적이 교회를 이끌어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교회의 자연적 성장’을 강조하는 크리스챤 슈바르츠는 이러한 요소를 좀 더 자세하고 내용을 담아 여덟 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사역자를 세우는 지도력, 은사 중심적 사역, 열성적 영성, 기능적 조직, 영감있는 예배, 전인적인 소그룹, 필요 중심적 전도, 사랑의 관계. 슈바르츠의 여덟 가지 요소는 정확하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어도 릭워렌의 다섯 가지 목적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슈바르츠는 릭워렌의 예배를 영감있는 예배와 열성적 영성으로, 교제를 전인적인 소그룹과 사랑의 관계로, 사역은 은사 중심의 사역과 기능적 조직으로 분화하고, 전도는 필요 중심적 전도로 그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릭워렌이 제자훈련을 다섯 가지 목적 중 중요한 요소로 지적하였다면, 슈와르츠는 지도력의 형태를 다른 한 항목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쪽이 더 나으냐가 아니라, 목회자 자신이 위와 같은 요소들을 자신의 교회론에 어떻게 자리잡게 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때 우리 목회자들은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다시금 귀납적으로 연구하면서 (즉 교회에 대하여 언급한 모든 성경 구절을 찾아 연구하면서), 릭워렌이나 슈바르츠의 제안을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렇게 교회의 성숙한 모습, 꿈꾸는 바에 대한 목회자 자신의 설계도가 없다면, 매년 새로 세우는 목회 기획은 앞서 열거한 뻔히 예측되는 기획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건강한 목회 기획의 든든한 두 기둥: 인간론과 교회의 사명

목회 기획에 있어, 교회론이 다른 무엇과도 대치될 수 없는 기초가 된다면, 두 가지의 중요한 기둥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인간론이며, 또 하나는 자신의 교회의 사명이다. 첫 번째 것은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에 의해서 간과되는 것인데, 자신의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성숙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골로새서 1:28에서 “우리가 그를 전파하고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라고 고백하고 있다. 목회자는 교회를 세우는 자이고, 그 교회를 이루는 “각 사람”을 세우는 일을 위해서 부르심을 입은 자이다. 그렇다면, 그 각 사람을 “완전한 자”로 세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것은 목회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경적인 인간론과 관련된 부분이다. 어떤 목회자에게는 “완전한 자”의 모습이란 목사의 말에 무엇이든 순종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교회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세상과 분리되어 말씀과 기도의 사람이 되는 것일 수도 있고, 교회 안이나 세상이나 어디서든 성경적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목회자는 자신과 교회의 사역을 통해서 지향하는 “성숙한 신자”의 모습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목회자는 교회와 목회자를 위해 희생하는 성도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바울이 꿈꾸었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 헌신하면 비정상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또 대부분은 비신자들은 그리스도인 친구, 친지들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며 기독교를 적대시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가 그러한 모습일지 목회자 자신이 심각하게 신학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회 기획에 있어서, 우리 목회의 열매인 우리 성도들이 어떠한 성숙의 모습에 까지 이를 것인가에 대한 선명한 생각을 가지는 것은 목회 기획에 있어서 너무도 중요한 기둥이다.

또 하나의 기둥은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의 소명이다. 우리는 각 개인의 소명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각 교회의 소명에 대하여 깊이 생각지 않는 경우를 본다. 각 개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보편적인 부르심이 있지만, 그들 나름의 독특한 부르심이 있듯이, 각 교회는 교회로서의 보편적인 사명이 있지만, 그 교회의 세워진 상황과 시대에 따라 독특한 사명이 존재한다. 교회는 허공에 세워진, 세상과 유리된 방주와 같은 조직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하나님을 따라 움직이는 장막과도 같은 조직이다. 하나님의 인도를 따르며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어떻게 이루어드릴 것인가를 생각할 때, 각 교회가 처해있는 상황과 여건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각 교회 마다 가지고 있는 각양의 사명이 모아져서, 하나님은 이 땅을 회복하고 치유하고 계시는데,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교회의 사명을 분명히 하기 보다는 주변의 다른 교회의 사명에 따른 여러 사역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심에 위치한 교회와 주택가에 위치한 교회, 가난한 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 교회와 중산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회, 노동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지역에 있는 교회와 대학가에 위치한 교회, 이 각각의 교회의 사명이 어떻게 동일 할 수가 있겠는가? 보편적인 부르심과 그 교회의 독특한 사명에 대한 인식, 즉, 우리 교회를 그 곳에 하나님의 공동체로 두신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기도하는 일이 목회자가 목회 기획을 위해서 반드시 세워야 할 또 하나의 기둥이다.

구체적인 목회 기획에 대한 제안으로 넘어가기 전에 위에 짧게 이야기 한 교회론, 인간론, 교회의 사명에 있어서 ‘말하여지는 내용’과 ‘실제로 믿고 있는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회는 이러한 목표와 사명이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그것을 주보에 인쇄하는 것과, 실제로 그 교회와 목회자가 믿고 있는 목표와 사명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교회의 재정의 운영 상태를 분석해보면, 그 교회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목회자 자신이 먼저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교회론, 인간론, 교회의 사명에 대하여 스스로 속는 일에서 벗어나야 건강한 목회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4년을 위한 건강한 목회 기획

첫째: 현재 상황 평가 – 모든 기획은 현재 상황의 평가에서 시작된다. 현재 상황에 대한 분명한 분석과 이해가 없다면, 그 위에 세워지는 기획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집회(주일 예배, 수요예배, 새벽기도등)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사역(제자 훈련이나 세미나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의 증감도 중요한 분석 요소가 되겠지만, 이러한 양적 분석보다는 질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교회론, 인간론, 그리고 교회의 사명이다. 자신의 목회와 교회를 분석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처음에 언급한 결과가 뻔한 기획을 할 수 밖에 없다.

만약에 년말을 맞고 새해를 기획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목회 기획의 기초와 두 기둥이 분명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2004년에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2003년에 사역하였던 바를 그대로 진행시키면서, 목회자 자신이, 또는 교회의 리더들과 함께 교회론, 인간론, 그리고 교회의 사명에 대하여 연구하고 기도하는 일에 한 해를 투자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사람들이나 교회나 모두 빨리 뛰려고만 하지 어디를 향해서 뛰어야 하는지 생각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 해 동안, 교회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는 중요한 본문과 이와 관련된 교회론에 대한 서적을 중심으로 설교 계획을 세워서, 목회자 자신과 성도들에게 성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회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가 과연 어떠한 사람인지 성경의 가르침과 성경적 인간론을 가르치는 사역을 중심부에 둘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만약에 자신의 교회를 평가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자리 잡힌 틀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이다. 이 때는 적어도 세 부류의 사람들의 평가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목회자 자신의 평가이다. 지난 2003년 한 해동안 중점적으로 애썼던 부분에 있어서 어떠한 진보가 있었으며, 어느 부분에서 발전이 없었는지를 스스로 분석해 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동역하는 부교역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맡은 사역에 대한 평가와 교회 전체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목회자 자신이나, 부교역자들이 난감해 질 수 있는데, 그것은 2003년에 대한 목회 기획 자체가 선명하지 않았고, 앞서서 언급한 방식으로 결과가 뻔히 예측되는 기획을 했었기 때문일 수 가 있다. 그렇다면, 다시 근본적인 ‘기초’와 ‘기둥’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평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은 사역의 대상인 평신도들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평신도들로부터 목회자가 평가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두려움이지만, 우리 목회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각 사람’을 세우려 한다면, 우리 사역의 대상자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를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자신의 목회와 교회가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자신과 교회의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사랑으로 지적해주는 평신도들을 환영해야 한다. 물론 이 때, 이러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세워 놓아야 한다. 주님에 대한 헌신과 주님의 몸인 교회에 대한 헌신과 개인적 성숙이 없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비판을 지혜롭게 걸러내는, 옥과 석을 구별하는 분별력이 이 때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입체적인 평가를 해야만 2004년의 목회 기획이 제대로 나올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서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특별한 모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교회에 따라 하루 또는 며칠 간의 ‘평가와 기획’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 목회자 대부분이 이러한 기획을 혼자서 ‘기도하면서’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함께 동역하는 자들을 세우고 함께 사역하지 않고, 목회자 혼자 평가하고 기획하고 사역을 수행하는 것이 성경적인지, 자신의 교회론을 성경의 빛 아래에서 비추어 보아야 한다.

둘째: 장기적인 계획과 예측 – 첫 번째 요소인 현재 상황의 평가와 엇물려있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 데, 그것은 자신의 교회의 장기적인 계획과 이에 따른 예측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적어도 앞으로 10년간 교회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예측이 없다면, 또 다시 단발마적인 목회기획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만약에 교회론, 인간론, 그리고 교회의 사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식이 있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2004년의 중요한 목표를 교회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여 목회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장기적인 계획은 교회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관련된다. 교회의 사명이 교회가 가지는 보편적이고 특수한 부르심이라면, 그것을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가 비전과 관련된 부분이다. 비전은 교회의 성장 단계에 따라 계속해서 그 모습이 달라져 간다. 그러므로 앞으로 10년의 계획을 세운다면, 그 동안 자신의 교회가 순종해야 할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단계 까지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완전히 성취되는 법은 없을 것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비전은 지속적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목회자 자신이 이러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가지고, 이것을 교회 전체가 숙지하며 내재화시킬 수 있다면, 거기에서 공동체의 대단한 능력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과 그 계획의 성취에 따른 예측을 할 수 있다면, 현재 자신의 교회가 어디에 까지 와있는지를 알 수 있다. 교회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살아있다면, 성장하지 않을 수 없고, 성장해 감에 따라 변화한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궤적을 목회자 자신을 보고 있을 때, 아니면, 기대하였던 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원인을 치열하게 기도하면서 찾아내고 있을 때, 건강한 목회 기획이 가능하다. 아주 쉽게 이야기해서, 아이들이 자라갈 때에도 각 단계에 따라 발달과정이 있는 것 같이, 교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어서 단계별로 어떠한 자라감이 있어야 하는지 목회자 자신이 어느 정도 기획하고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여러 다양한 교회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갔고, 각 단계에서 어떠한 사역에 중점을 두고, 어떠한 전략과 프로그램을 썼는지에 대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그러한 전략과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다시금 사례와 모델을 구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다양한 전략과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어떠한 교회론과 인간론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분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과 자신의 교회에 적용할 것으로 변형시키는 것은 모든 교회 목회자의 몫이다. 자신의 아이의 특수한 성격과 상황을 아는 어머니라면, 수퍼마켓에서 파는 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식사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다. 취사선택과 재개발을 통해서 자신의 목양지에 맞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교회의 성장 단계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하는 지혜로운 어머니와 같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시행착오가 두려워서 천편일률적인 일회용 식사거리만 사랑하는 자녀에게 들이미는 어머니가 없듯이 목회자들도 끊임없는 자료 수집과 분석 평가, 그리고 자신의 교회에 변형하여 적용시키는 일을 해야한다.

셋째: 2004년의 중점 사항 – 성경적으로 건실한 교회관과 인간관, 그리고 자신의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명을 분명히 알고 있어 그 교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지를 가늠하고 있다면, 올해까지 자신의 교회가 어디까지 왔고, 어떠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어디에 와 있는지 파악이 될 것이다. 이 때, 자연스럽게 2004년 목회 기획의 중점 사항이 떠오를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리고 앞으로 10년 정도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이를 위해 다가오는 해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교회의 양적인 성장에 집중하지 않고, 질적인 성장을 꾀하고, 이에 따른 자연스런 양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위와 같은 과정을 밟을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목회자는 끊임없는 숫자놀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크리스챤 슈바르츠의 ‘자연적 교회 성장’에 대한 주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교회가 가져야 할 중요 요소 (그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여덟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약한 요소 만큼만 교회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 가장 약한 요소를 그는 minimum factor라고 부르는데, 그 부분에서의 성장과 성숙이 교회의 건강한 성장 자체를 제한한다. 예를 들어, 모든 요소가 훌륭하지만, 소그룹이나 구역을 통한 의미있는 친교나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 부족한 부분으로 교회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제한된다.

반드시, 슈바르츠의 여덟가지 요소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확신한, 건강한 교회의 요소들 중에서 약한 부분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가 새해의 목회 기획에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말할 나위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숫자에 연연하면 교회가 기형적(!)으로 성장하거나 아예 성장하지 않지만, 건강한 성장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숫자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목회에 지름길은 없다!

이 글을 읽어오면서, 어떤 목회자는 이렇게 복잡할 바에야, 그냥 은혜로 목회를 하겠다고 푸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목회자들은 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님의 귀한 교회를 맡기셨을 때, 그 교회의 청사진과, 우리가 섬기는 ‘각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성경을 통해서 우리에게 명하셨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목회자가 우리 교회가 뿌리박고 있는 상황을 가지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사명과 비전을 주신다는 것을. 그렇다면, 위에서 설명한 2004년의 건강한 목회 기획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목회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 한국 사회 전체가 그렇듯이, 목회자들도 목회에 지름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원칙을 두시고 공의로 이 세상을 이끄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목회도 그렇게 행하기를 원하신다. 어렵고 힘든 기초 공사와 기둥을 세우는 일을 하고 나서야, 교회는 매년 조금씩 예수 그리스도가 기대하셨던 교회의 모습, 바울이 꿈꾸던 교회에 가까워 갈 것이다. 목회에 지름길은 없다!
전체 3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9
[뉴스엔조이 2009.8.6] 회심의 열매, ‘메시야 공동체’를 세우라 – 김형국 목사
하나복 | 2017.05.26 | 추천 0 | 조회 1553
하나복 2017.05.26 0 1553
18
[뉴스엔조이 2007.12.] “현대 한국 사회 속에서 목회자와 신학자의 사명” 요약 내용 – 김형국 목사
하나복 | 2017.05.19 | 추천 0 | 조회 1632
하나복 2017.05.19 0 1632
17
[목회와 신학 기고글] 복음이 불신자들의 진정한 필요입니다 – 김형국 목사
하나복 | 2017.05.05 | 추천 2 | 조회 2039
하나복 2017.05.05 2 2039
16
[목회와 신학 기고글] 2004년 목회, 어떻게 기획해야 하나 – 김형국 목사
하나복 | 2017.04.28 | 추천 -1 | 조회 2123
하나복 2017.04.28 -1 2123
15
[2016.06.01 기독일보] 하나님 나라 복음 DNA 함께 나누어요 (LA 본강좌)
이찬현 | 2017.04.06 | 추천 0 | 조회 1877
이찬현 2017.04.06 0 1877
14
[2015.06.01 국민일보]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 안디옥교회 지향… 서울 도심에 성경적 공동체 세웠다
이찬현 | 2017.04.06 | 추천 0 | 조회 1813
이찬현 2017.04.06 0 1813
13
[2014.09.23 LA중앙일보] “본질 위해 고민하는 목사들 모입시다”…하나복네트워크 세미나 개최
이찬현 | 2017.04.06 | 추천 0 | 조회 1833
이찬현 2017.04.06 0 1833
12
[2014.04.25 뉴스앤조이] 제 3회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교회 세우기 세미나’ 열린다
이찬현 | 2017.04.06 | 추천 0 | 조회 1624
이찬현 2017.04.06 0 1624
11
[2013.08.23 뉴스앤조이] 200~300명 규모의 건강한 교회 네트워크 만들기
이찬현 | 2017.04.06 | 추천 0 | 조회 1630
이찬현 2017.04.06 0 1630
10
[2013.08.08 뉴스앤조이] 건강한 교회 세워 가는 목회자들을 초대합니다 – 제2기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교회 세우기 세미나’, 9월 9일 개강
이찬현 | 2017.04.06 | 추천 0 | 조회 1579
이찬현 2017.04.06 0 1579
Scroll to Top

고양 네트워크

일산 지역의 개척교회 목회자 다섯 명이 속해있습니다. 매월 둘째주 월요일에 각 회원들의 사역지를 돌아가며 방문합니다. 모여서 제자훈련의 경험도 나누고, 사역의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하고, 산행으로 교제도 하는 즐거운 모임입니다.

모임 안내: 매월 둘째주 월요일 (별도 안내)
키맨: 유형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