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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벤저스를 넘어서

작성자
하나복
작성일
2017-02-24 13:12
조회
814
서평 : “기독교의 역사”中 ‘중세편(제 2, 3부)’

2부. 중세와 르네상스, 500년 무렵-1500년 무렵

3부. 경쟁하는 개혁 비전, 1500년 무렵 – 1650년 무렵

(“기독교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종교개혁만을 조명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초기 교회시대부터 현대 인터넷 변혁에 따른 기독교 현상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기독교 2천년 역사를 다룬다. 우리는 그 중에서 종교개혁과 연관이 있는 2부와 3부의 ‘기독교 중세 역사’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 : 알리스터 맥그레스| 포이에마 출판사 (2016년 6월 출간)

어벤저스!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아이언맨,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이 은하계를 구한다. 영웅들이 설쳐대는 동안 우리는 팝콘이나 먹으면 그만이다. 그 순간 가장 어려운 결정은 ‘카라멜 팝콘인가? 오리지날 팝콘인가?’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처럼 영웅주의는 캐릭터에 몰입해 대리 만족을 느끼며 탈역사적인 태도를 갖게끔 하는 경향이 있다.

루터, 칼빈, 츠빙글리, 재세례파. 이들은 교회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프로테스탄트 어벤저스다. 루터의 결기에 흥분하고 칼빈의 정교함에 경의를 표하며 재세례파의 과격함에 소스라치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관람할 수도 있다.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가끔은 장르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 역사물로.

종교개혁을 주도한 영웅들과 현상 그 자체를 다루는 책들은 많이 있지만 기독교 역사가의 관점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정치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아우르는 책은 드물다. 맥그레스의 책은 바로 이점에서 다른 책들과는 구별된다. 맥그레스는 500년~1600년 사이의 서구 유럽 사회의 변혁과 기독교의 상호 침투적 관계를 중심으로 중세를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사’가 아닌 ‘기독교 역사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펴 보면서 자연스럽게 종교개혁 현상을 조명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종교개혁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필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종교개혁 운동이 열매이고 개혁자들이 열매를 가꾼 농부였다면 중세 유럽의 역사는 이 나무가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게끔 했던 대지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은 본서를 통해 하나님의 빅 픽처를 볼 수 있다. 동시에 앞으로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그리고 계시는 그분의 섭리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본 서평에서는 종교개혁을 출산할 수 있었던 네 가지 역사적 변화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어벤저스는 잊어라! 이제는 본격 역사다.

정치 :

맥그레스는 중세 문명의 시작을 500년으로 보는데 그 기준은 서로마제국의 멸망이다. 이 시기 유럽 질서의 공백을 바로 교회가 메우고 들어감으로써 중세유럽의 중심이 황제에서 교황으로 넘어가게 되고 비로써 교회가 전방위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토대가 완성되었다고 본다. 교회에 집중된 힘은 8차례나 진행된 십자군 원정에서 절정에 이르렀다가 이의 실패에 따라 민족 국가들에게 점점 무게추가 이동하게 된다. 이는 후일 루터를 위시한 개혁가들이 각 지방 제후들의 지지를 받아 개혁을 공공히 하는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학문 :

종교개혁의 씨는 학계에도 촉촉히 뿌려졌다. 중세 시대 전반에 걸쳐 고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창조를 부정하고 비성경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중세적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복권 되었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을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신존재증명을 발전시켰으며 그가 의도치 않았을런지는 모르나 르네상스 인문학의 기틀을 놓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 종교개혁은 15세기말 문화갱신의 자궁에서 왕성하게 발육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는 15세기말과 16세기 초에 유럽에 발흥했던 문학과 예술의 부흥을 가리키는 말로서, 과거가 물려준 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특히 고대 그리스 및 로마의 문화와 창조적 교감을 나눔으로써 중세의 문명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철학이었다. 이 기초가 된 사상이 바로 인문주의(humanism)’다. 현대는 인문주의를 무신론과 거의 동의어로 놓지만 당시에는 이 말은 무신론과 상관없는 고전주의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신학계 안에도 침투했다. 원형(고전)으로 돌아가자는 인문주의는 기독교 진영에 신약성경이 표현하는 더 절박한 기독교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폭탄을 던졌다. 사람들은 개혁자들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덕택에 여러 보수 반동에도 불구하고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을 기반으로 초기 기독교의 원형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운동은 급류를 탈 수 있었다.

기술 :

이러한 교회내 인문주의는 인쇄술의 발명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성경해석의 권위를 교회에서 학문 공동체와 일반 대중으로 이전 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자국어로 번역된 성경과 문서들이 대량 생산과 동시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각성한 대중들은 교회 내부의 악습을 철폐하고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며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교회를 압박했고 종교개혁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종이에 글자를 찍어내는 기술이 종교개혁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현대는 인터넷이 모니터를 넘어 사물에까지 이식되는 IOT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인터넷은 현대 교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고 또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 단순히 보다 더 효율적인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기 위한 방법론적인 차원에 고민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이 시점에 교회와 기술의 관계에 대한 보다 심도 있고 폭넓은 철학적인 상상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 :

에라스무스는 기독교가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신도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직자는 모든 민중이 성직자와 같은 수준의 이해를 갖게 하도록 준비시키는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인문주의자의 눈에는 성직자가 평신도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의 주장은 식자층을 빠르게 파고 들어갔으니 루터의 팬덤은 이미 그때부터 형성되었다고 봐야 한다. 전통적인 사회 계급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칼빈의 ‘소명’의식과 맞물려 신흥 부르주아 계층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사회를 중세에서 근대로 진보하게 만들었다. 19세기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개신교를 수용한 유럽 사회는 구교를 채택한 국가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이를 견인한 추동력은 모든 직업이 소명이라는 개신교적 직업 윤리라고 간파한 바 있다.

종교개혁은 몇몇 영웅들의 업적을 넘어선다. 이 운동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르는 하나의 사회 운동의 성격도 띠고 있으며 역사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하나님 나라 운동의 형태는 어떻게 변형되어 전개되어져 갈 것인가? 누가 이 역사의 변화의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인가? 500년 전 종교개혁은 이런 의미에서 미완이다. 그 완성은 하나복과 같은 수많은 프론티어들에 의해 지금도 이루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김기동 목사 / 담없는 교회 / 하나복 기획담당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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