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디사이플- 2004.9] 리더십 바톤은 계승돼야 한다 - 김형국 목사

작성자
하나복
작성일
2017-06-16 14:55
조회
1085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삶을 통해서, 사역을 통해서 경험하고 고백하는 말이다. 이 말은 하나님의 일이 하나님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의 역할이 보잘것없다거나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사람들에게 이 귀한 고백은 삶과 사역에 있어서 미래를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되곤 한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교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때, 교회 부교육자들이 급작스레 교회를 사임할 때, 또 당회장 목사가 자신의 자리를 옮길 때, 모두가 “주님의 뜻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다. 교회의 최고 리더십이 바뀔 때에도 당회는 이력서를 받고,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리더를 ‘구한다.’ 당회장 목사가 정년퇴임을 할 때에도 별다른 준비 없이 비슷한 과정이 진행된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알아서 교회를 인도해주실 것이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믿는다.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성경 속의 리더들

“나는 내 할 일만 하고, 그 다음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믿음은 매우 순전한 자세인 것처럼 보인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방식으로 절대 일하지 않으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경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리더들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겨주신 일이 당대에 성취될 만한 일이 아닌, 긴 역사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일 경우에 차기 리더들을 세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별히 신약에서 이러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세우시고, 그중에서 특별히 베드로, 야고보, 요한에게 집중하셨다. 예수님은 고집스러우리만치 이들에게 온 에너지를 쏟으셨고, 그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이후의 교회와 그 사역을 맡기셨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뜻하신 대로 사도행전에서 예루살렘 교회의 중심 리더가 되어 교회를 이끌었다. 이 사도들은 예루살렘 교회에서 성도들을 가르쳤고, 스데반의 순교와 함께 일어난 박해 때는 이미 준비된 차세대 리더들인 이 성도들이 곳곳으로 흩어져, 유대와 사마리아, 그리고 안디옥에 이르러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며 교회를 세웠다.

차세대 리더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 사도행전 1-6장은 사도들이 차세대 리더들을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키웠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7장 이후에서는 스데반, 빌립, 아나니아, 바나바, 야고보 그리고 바울 등의 차세대 리더들에 의해 하나님의 일이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울은 그의 사역 전체를 통해 자신이 세운 교회에 장로들을 세워 차세대 리더들을 준비시켰고, 그 인생의 마지막 때까지 디모데와 디도를 격려하고 그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리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수님-사도들-바울을 포함한 차세대 리더들-디모데와 디도”라는 연결 고리가 신약 성경에는 너무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역사 속에서 드러내는 교회

교회는 결코 우리 한 세대 동안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 세워진 조직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뿌리를 내린 교회는 그곳과 그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통로로 부르심을 받았다.

이는 지역 교회 전체뿐만이 아니라, 교회 내부의 다양한 사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교회학교 교사들의 사역, 구역이나 다락방, 또는 가정교회 리더들의 사역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이 자신에게서만 끝난다면, ‘복음’의 바통이 제대로 릴레이되지 못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작은 사역이 다음 세대에 의해 이어질 뿐 아니라 확대 재생산되어, 역사 속에서 ‘복음’의 바통을 이어 내려갈 때, 이 광대한 우주와 기나긴 역사 속에서 우리 자신의 존재 의미도 깨닫게 된다.

결국,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역은, 그 영향력의 범위가 주일학교의 한 반이든, 구역 조직 전체이든, 아니면 교회 전체이든 간에, 반드시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는 일이 사역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맡겨진 사역과 직분이 복음의 역사적 계승이라는 사실을 잊고, 단지 주어진 일에만 성실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는 기나긴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에 대한 무지이자 불충이며, 단지 아주 짧은 인생을 사는 자의 자기중심주의이다.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리더십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사역을 감당하면서 어떻게 다음 세대까지 계속해서 이 사역이 이어져서 복음이 역사적으로 계승되도록 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나 자신이 먼저 본받을 만한 사역자가 되는 것이 그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차세대를 위한 리더를 세우기 위해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차세대를 세우는 리더는 될 수 있다. 그것은 리더 1세대 스스로가 좋은 사역자가 되는 것이다. 사역자가 어떠한 삶을 살고, 어떠한 인격을 가지며, 어떻게 사역을 하는가는 그 자체가 차세대 리더들에게 귀중한 지표가 된다. 실제로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보다 실제 삶의 현장과 체험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확실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 교회 전반에서 좋은 리더십을 많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보고 배울 수 있는 역사적 리더십 계승 사례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 교회는 고작 100년을 갓 넘은 역사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좋은 모델이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라 할지라도, 다행히 리더십의 원형은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성경 속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으로 돌아가서 예수님의 리더십을 연구해야 한다. 또한 예수님을 본받았기에 감히 자신을 본받으라고 말했던 사도 바울의 리더십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리더십에 대한 책들이 도움이 되겠지만, 그리스도인의 리더십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예수님과 바울에 대한 일차적인 자료, 곧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묵상하고, 흉내 내고 실험하는 것이 리더십 계승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둘째, 자신의 사역이 언제 끝날지 대비해 늘 차세대 리더를 준비시키고 있어야 한다.

기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 우리는 다음 리더가 될 사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함께 사역하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있고 함께 사역하는 것이 제자도의 기본이었고, 예수님이 쓰셨던 제자훈련의 첩경이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이 그의 사역자 팀과 함께 살았던 삶의 방식이었다. 함께 일하면서 내가 가진 장단점들이 나타날 때, 그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사역한다면 그것은 단지 차세대를 준비시킬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귀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서 차세대 리더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준비과정을 제공하고, 현장에서 훈련시켜 경험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들의 사역과 삶을 곁에서 지켜봐주고 코치해준다면, 그들의 준비과정은 가속화될 것이고 우리는 하나님의 긴 역사 속에서 일하는 사역자가 되는 것이다.

셋째, 실제로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리더를 적절한 방식으로 지명하고 세우는 지혜로운 방법을 사역 내에서, 공동체 내에서 찾아야 한다. 사역자가 세워졌다면, 그와 함께 동역하면서, 나의 사역이 그에게 제대로 인수인계될 수 있도록 돕는 기간이 필요하다. 사역의 크기와 전문성,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서 이 기간이 조정돼야 할 것이다. 사역과 리더십의 인수인계를 얼마나 제대로 하는가가 다음 세대의 리더십이 세워지는 일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국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문제는 리더십이 세대교체를 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데 있다. 선임자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고, 늘 새로 시작하고,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 것은 후임자의 교만과 어리석음 탓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선임자의 역사의식 결여와 이에 따른 준비 부족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러한 차세대 리더십 계승 과정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차세대 리더가 리더로 세워지고 난 이후에 선임 리더의 역할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역할을 완성하는 비결은 ‘지혜로운 거리 두기’에 있다. 즉, 새로 새워진 리더의 리더십에 방해가 되거나 영향을 주는 어떠한 개입으로부터도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새 리더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손 내밀어 도울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있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선임 리더를 가진 리더는 복이 있다 하겠다.

예수님의 복음을 전수한 초대 교회 이후, 복음의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확대 성장해온 이유는 예수님의 본을 따른 초대 교회가 끊임없이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 자신의 세대밖에 생각지 못했던 사역과 교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복음의 계승은 위기에 처해져왔다. 오늘의 한국 교회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점들도 많이 있지만, 만약 우리가 차세대를 세우는 우리 주님과 선진들의 본을 따라가기 시작한다면, 리더십은 축적되기 시작할 것이고,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교회’에 맡기셨던 위대한 사명은 계승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현재의 문제들은 점진적으로 해결되어, 나아가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이루시려는 계획들이 성취되며, 교회의 영광이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귀한, 한 연결 고리의 역할을 했다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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